얼마 전 흥미로운 대결이 있었다.

사람과 AI의, 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이 각각 Webflow와 Lovable이라는 AI 툴을 써서 45분 동안 랜딩페이지를 만드는 대결.

Webflow는 12년차 디자이너인 DesginJoy의 Brett,

Lovable은 19살의 마케터인 Henrik.

폴리마켓에서 20만달러 베팅액이 걸린 이 대결을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켜봤고, 결과는 Webflow와 Brett의 압승.

(사실 Brett은 Webflow쪽 사람도 아니고, 이 대결에서 Henrik이 이겼다면 Webflow만 큰 타격을 받았을것 같다. 다행히 Brett이 승리해서 Webflow도 이득을 좀 보지 않았을까.)

대결을 본 뒤 나의 한 줄 결론은,

"디자이너가 앞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 대결이 왜 시작되었고,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기록해본다.


도대체 왜 하게 된 걸까?

Lovable의 Henrik은 자사 제품 기능을 설명하면서 X에 트윗을 하나 남긴다

"Webflow는 공식적으로 끝났다"

"Webflow is officially dead"

Henrik의 도발

Webflow를 자주 사용하는 Brett은 이를 보고 한 마디 한다

"그럼 1시간 라이브 대결을 하자."

"Let's do an one hour live stream of us both building a website."

Brett의 대결 신청

Henrik은 피하지 않고 좋다며 수락했다.

Henrik의 수락

본격적인 대결 진행을 위해 정확히 어떤 과정이 있었는진 모르지만, 진행은 Tommy Geoco가 맡고, 그가 운영하는 Youtube 채널에서 생중계 하기로 되었다.

그리고 베팅 사이트에서 이 이벤트에 대한 판돈이 몇 억으로 커질만큼 주목을 받았다.


흥미진진했던 대결 진행 과정

그냥 아무 랜딩페이지나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진행팀이 주제와 제약 조건들을 정하고, 이를 대결 시작 시점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주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회사와 그 제품을 소개하는 랜딩페이지 제작

[규칙]

  1. 45분간 진행, 5분 설명, 15분 투표
  2. 어떤 툴이든 사용해도 되나, 미리 만들어진 템플릿 사용 금지
  3. 제공된 문구, 이미지 사용은 선택사항
  4. 아래 4개 중 2개 구현 필수
    1. 뉴스레터 구독 폼
    2. 데모 요청 폼
    3. 애니메이션 적용된 고객 후기 캐러셀
    4. 애니메이션 적용된, 타사 제품 비교 화면

이렇게 룰 설명이 끝나고 대결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작업 방식

초반에 강했던 Henrik

다들 알겠지만 생성형 AI는 한 번에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Henrik은 Lovable을 여러 탭에 열어 둔 뒤 동일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시작한지 5분도 안돼서 그럴듯한 랜딩페이지가 나왔다.

Hero 섹션의 3D 로봇이 마우스 움직임에 따라 고개를 돌리는 인터랙션까지 한 번에 구현하는 Lovable의 능력이 놀라웠고, 이때까지만 해도 Brett은 여전히 빈 캔버스에 몇 가지 요소를 그려넣고 있던 상황이라 Lovable이 이기는건가 싶었다.

[5분 경과된 시점의 Henrik의 작업물]

5분 경과된 시점의 Henrik의 작업물

[5분 경과된 시점의 Brett의 작업물]

5분 경과된 시점의 Brett의 작업물

시간이 갈수록 디자이너의 힘을 보여준 Brett

그러나 Henrik의 랜딩페이지는 처음 Lovable이 만들어준 느낌에서 많이 개선되지 못했다.

Henrik은 Lovable의 코드에 문제가 생겨서 그것을 고치느라 시간을 많이 썼다고 했지만, 여기에 더불어 Henrik이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왔던 한계라고도 생각된다.

반면 Brett은 전체적인 브랜드 톤을 결정하고, 요소들간의 시각적 균형을 계속해서 조정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Brett의 랜딩페이지는 시각적으로 깔끔함을 유지하면서도 시간이 갈 수록 개선되며 완성도가 높아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완성된 Henrik의 랜딩페이지]

완성된 Henrik의 랜딩페이지

[완성된 Brett의 랜딩페이지]

완성된 Brett의 랜딩페이지


결과는 Brett의 압승

Brett은 진행자들 투표와 시청자들 투표에서도 모두 앞섰고 만장일치로 승리했다.

오디언스 투표는 744명이 참여했고, 무려 82%가 넘는 득표율이었다.

오디언스 투표에서 Brett의 82.8% 득표주최측 만장일치로 Brett 승리

Brett은 투표로 승리가 확정 되어서야 조금은 편안한 표정을 보였다.

4만명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디자인을 한다는건 나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정말 대단하고, 고생했고, 잘했다.


디자이너들은 대체 될 수 없다.

이 대결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앞으로도 디자이너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것은 당분간 확실해보인다.

어떤 메세지를 담고 강조할지, 그것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드러낼지 등등 더 많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생각하고 이끌어나가는 것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

이미 많이들 얘기하는 것 처럼 AI 또한 툴일 뿐, 그걸 활용하는 사람의 능력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홀로 서기를 준비해야한다

문제는, 디자이너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처럼 많이 필요하진 않을 것이다.

1인당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서 팀 규모는 점점 작아진다.

이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디자인을 정말 끝까지 파서 디자인으로 1인자가 되는 방법도 있겠지만 AI를 손, 발로 활용하며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에는 마케팅이나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꼭 IT분야가 아니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AI 발전으로 올 세상을 대비해야한다는 것이다.


AI 제품들이 쏟아지는 요즘, 정말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실제 영상을 보고싶은 사람들을 위해 주요 시점을 정리해뒀다.

1️⃣ 규칙 설명

2️⃣ 대결 시작

3️⃣ 작업 설명

4️⃣ 투표 후 소감